뽑기 확률이 “0.5%”라고 적혀 있는데 백 번을 돌려도 안 나오면 대개 운이 없다고 넘깁니다. 그런데 메이플스토리 큐브는 운이 아니었습니다. 게임사가 2010년부터 확률을 몰래 내렸고, 가장 좋은 옵션은 아예 0%로 만들어 놓고도 알리지 않았다는 게 공정거래위원회 조사로 드러났습니다.
그 사건 뒤로 법이 두 번 바뀌었습니다. 2024년 3월부터 확률을 반드시 적어야 하고, 2025년 8월부터는 적힌 확률과 실제가 다르면 게임사가 손해를 배상해야 합니다. 일부러 속였으면 손해의 세 배까지입니다.
이 글은 문체부 보도자료와 언론 기사, 큐브 환불을 받은 이용자들의 기록, 최근 신고 사례를 읽고 “확률이 이상하다”고 느꼈을 때 실제로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순서대로 정리한 것입니다. 숫자는 정부 자료와 기사 두 곳 이상에서 일치한 것만 적었습니다.
큐브 사건에서 실제로 돌려받은 돈
먼저 결과부터 보는 게 이해가 빠릅니다. 공정위는 2024년 1월 넥슨에 과징금 115억 9,300만 원을 매겼습니다. 전자상거래법 위반으로는 역대 최대였습니다. 드러난 사실은 두 가지였습니다. 큐브로 좋은 옵션이 나올 확률을 1.8%에서 1%로 내리면서 알리지 않았고, 이용자들이 가장 원하던 “보스 공격력 3줄” 같은 조합은 아예 나올 수 없게 해놓고도 그대로 팔았습니다.
돈을 돌려받는 절차는 과징금과 별개로 진행됐습니다. 이용자 5,675명이 한국소비자원에 집단분쟁조정을 신청했고, 2024년 9월 조정위원회가 결정을 냈습니다. 넥슨이 받아들인 내용은 레드큐브에 쓴 넥슨캐시의 3.1%, 블랙큐브에 쓴 캐시의 6.6%를 돌려주는 것이었습니다. 신청자 중 4,916명이 이 조건을 수락했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대목이 하나 있습니다. 조정위원회는 신청하지 않은 사람에게도 같은 기준으로 보상하라고 권고했고, 넥슨이 이를 받아들여 2019년 3월 1일부터 2021년 3월 5일 사이에 큐브를 산 이용자 전체로 대상을 넓혔습니다. 그래서 약 80만 명, 219억 원 규모가 됐습니다. 보상은 넥슨캐시로 지급됐고, 별도 페이지에서 9월 23일부터 연말까지 신청을 받았습니다.
신청 방법도 기록에 남아 있습니다. 넥슨이 만든 보상 페이지에 로그인하면 자기 계정의 큐브 구매 내역과 산정된 보상액이 자동으로 표시됐고, 동의 버튼을 누르면 캐시가 들어오는 방식이었습니다. 별도 서류는 없었습니다. 다만 2019년 3월 이전 구매분은 조정 참여자에게만 해당돼서, 오래 한 이용자일수록 “내가 쓴 돈의 대부분은 빠졌다”는 불만이 나왔습니다.
이용자들이 남긴 기록을 보면 반응은 갈립니다. 몇 년 치 큐브 값의 3~6%라는 비율이 적다는 쪽과, 어쨌든 게임 아이템으로 돈을 돌려받은 첫 사례라는 쪽입니다. 조정을 거부하고 개별 소송이나 집단소송을 이어가는 사람도 있어서 이 사건은 2026년 9월 현재도 법정에서 끝나지 않았습니다.
2024년 3월 — 확률을 적어야 하는 의무
큐브 사건 이전에는 확률 표시가 업계 자율이었습니다. 2024년 3월 22일부터 게임산업법이 바뀌어 돈을 내고 사는 확률형 아이템은 확률을 반드시 공개해야 합니다. 게임 안의 구매 화면과 아이템 정보 화면, 게임사 홈페이지, 그리고 광고에까지 적어야 합니다. 백분율로, 이용자가 알아볼 수 있는 형태여야 합니다.
표시가 어디 있는지 모르는 경우가 많은데, 대개 뽑기 상자를 누르면 나오는 “확률 보기”나 “상세 정보” 버튼 안에 있습니다. 강화 화면이면 강화 버튼 옆에 성공 확률이 붙어 있고, 홈페이지에는 “확률형 아이템 정보” 메뉴가 따로 있습니다. 여기 적힌 숫자가 법적 기준이 되니, 뽑기 전에 한 번 열어서 등급별 확률과 개별 아이템 확률이 둘 다 적혀 있는지 보는 게 먼저입니다. 등급 확률만 있고 그 안의 아이템별 확률이 없으면 그것부터가 표시 위반 소지입니다.
대상은 현금이나 현금으로 산 재화로 사는 아이템 중 결과가 확률로 정해지는 것 전부입니다. 뽑기 상자, 강화, 합성, 옵션 재설정이 여기 들어갑니다. 예외는 연평균 매출 1억 원 미만의 작은 회사뿐이라, 이름 있는 게임은 사실상 전부 해당합니다.
감시는 게임물관리위원회가 합니다. 24명 규모의 모니터링단이 게임을 돌려보고 확률이 없거나 다르면 게임사에 시정을 요청합니다. 그래도 안 고치면 문화체육관광부가 시정권고, 그다음 시정명령을 내리고, 명령까지 어기면 2년 이하 징역이나 2천만 원 이하 벌금입니다. 2024년 상반기에 게임위가 처음으로 9개 게임사에 시정요청을 보냈다는 보도가 있었습니다.
다만 이 단계는 “적어라”이지 “물어내라”가 아닙니다. 확률을 안 적은 회사를 처벌할 수는 있어도, 잘못 적힌 확률 때문에 돈을 쓴 이용자가 배상을 받는 근거는 이때까지 따로 없었습니다. 큐브 사건이 소비자원 조정으로 간 이유이기도 합니다.
2025년 8월 — 다르면 배상, 고의면 세 배
그 빈자리를 채운 게 2025년 1월 국회를 통과해 8월 1일부터 시행된 개정안입니다. 핵심은 세 가지입니다.
하나, 확률 표시 의무를 어겨 이용자에게 손해를 입혔으면 게임사가 배상해야 합니다. 둘, 게임사가 일부러 그랬다고 인정되면 법원이 손해액의 세 배까지 배상을 정할 수 있습니다. 셋, 잘못이 없다는 걸 게임사가 스스로 증명해야 합니다. 원래는 피해를 본 쪽이 상대 잘못을 증명해야 하는데, 서버 안에서 벌어진 일을 이용자가 증명할 방법이 없으니 방향을 뒤집은 겁니다.
손해액을 계산하기 어려울 때는 법원이 사정을 종합해 금액을 정할 수 있게 한 조항도 들어갔습니다. 큐브 사건에서 “내가 그 확률을 알았다면 얼마를 덜 썼을까”를 계산하는 게 사실상 불가능했던 점을 반영한 것입니다.
이 법이 처음 시험대에 오른 게 메이플 키우기 사건입니다. 어빌리티 옵션의 최고 수치가 표시와 달리 나오지 않았고, 게임사가 공지 없이 패치했다는 게 드러났습니다. 한국게임이용자협회가 이용자 1,507명과 함께 공정위에 신고했고 게임위 피해구제 창구에도 신청서를 냈습니다. 쟁점은 게임사가 말하는 “코딩 누락”이 고의가 아니었는지, 언제 알고도 놔뒀는지입니다. 세 배 배상의 첫 사례가 될지는 이 판단에 달려 있고, 결론은 아직입니다.
| 시점 | 무엇이 바뀌었나 | 어기면 |
|---|---|---|
| 2024년 3월 22일 | 확률형 아이템 확률 표시 의무 (게임 안·홈페이지·광고) | 시정요청 → 시정권고 → 시정명령 → 2년 이하 징역·2천만 원 이하 벌금 |
| 2025년 8월 1일 | 표시 위반으로 손해 입히면 게임사가 배상, 고의면 최대 3배 | 민사 배상 (입증 책임은 게임사) |
| 같은 시점 | 해외 게임사 국내대리인 지정 의무 | 국내 창구 없는 해외 게임도 신고 대상 |
| 2025년~ | 문체부 게임이용자 피해구제센터 운영 | 개인이 소송 전에 신청할 수 있는 창구 |
확률이 이상할 때 실제로 밟는 순서
“체감상 안 나온다”는 증거가 아닙니다. 0.5%짜리를 200번 돌려서 안 나올 확률은 37%쯤이라, 개인 기록만으로는 확률이 틀렸다고 말할 수 없습니다. 큐브 사건과 메이플 키우기 사건이 문제가 된 건 수천 명의 기록이 모였거나, 게임사 패치 내역에서 확률 변경이 확인됐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개인이 할 수 있는 일은 기록을 남기는 것부터입니다. 구매 내역과 결과 화면을 캡처해두고, 확률 표시 화면도 날짜가 보이게 찍어둡니다. 나중에 게임사가 확률을 슬쩍 바꾸면 그 캡처가 유일한 비교 자료가 됩니다.
신고 창구는 세 곳입니다. 확률이 아예 없거나 표시 방식이 이상하면 게임물관리위원회 확률형 아이템 신고입니다. 표시된 확률과 실제가 다르다고 볼 근거가 있으면 문체부 게임이용자 피해구제센터에 신청합니다. 돈을 돌려받는 게 목적이면 한국소비자원 1372 상담을 거쳐 분쟁조정으로 갑니다. 같은 문제를 겪은 사람이 50명 이상이면 집단분쟁조정을 신청할 수 있고, 큐브 사건이 이 경로였습니다.
해외 게임도 됩니다. 2025년부터 국내에 일정 규모 이상 서비스하는 해외 게임사는 국내대리인을 두어야 하고, 신고와 시정요청이 그 대리인에게 갑니다. 이전에는 “본사가 해외라 답이 없다”로 끝나던 경우가 많았습니다.
| 상황 | 어디에 | 가져갈 것 |
|---|---|---|
| 확률이 아예 안 적혀 있다 | 게임물관리위원회 확률형 아이템 신고 | 구매 화면 캡처, 게임명·아이템명 |
| 적힌 확률과 실제가 다른 것 같다 | 문체부 게임이용자 피해구제센터 | 구매 내역, 결과 기록, 확률 표시 캡처(날짜) |
| 돈을 돌려받고 싶다 | 소비자원 1372 → 분쟁조정 (50명 이상이면 집단조정) | 결제 내역 전체, 피해 금액 계산 |
| 해외 게임이다 | 위와 같음 (국내대리인이 응답 의무) | 같음 |
배상과 환불은 다른 말입니다
여기서 자주 섞이는 게 있습니다. 확률 위반 배상은 게임사가 잘못했을 때 받는 돈이고, 결제 취소나 환불은 잘못이 없어도 조건이 맞으면 되는 절차입니다.
미성년자가 부모 동의 없이 결제한 뽑기는 확률과 관계없이 민법으로 취소할 수 있습니다. 조건과 막히는 지점은 부모 동의 없이 한 게임 결제에 적어뒀습니다. 스팀처럼 플랫폼 자체 환불 규정이 있는 곳은 스팀 환불 기준대로 갑니다.
반대로 확률이 정확히 적혀 있고 그대로 작동했다면, 안 나왔다는 이유로는 아무것도 안 됩니다. 원신 천장처럼 몇 번 안에는 반드시 나오게 설계된 게임도 있는데, 그 계산은 천장 계산법에 있습니다. 확률형 아이템 문제의 대부분은 법이 아니라 처음부터 얼마까지 쓸지 정해두는 데서 갈립니다.
이용자가 쥐고 있는 것
2024년 전에는 확률을 안 적어도 그만이었고, 2025년 8월 전에는 틀리게 적어도 개인이 물어낼 방법이 없었습니다. 지금은 둘 다 됩니다. 큐브 사건은 법이 없던 시절에 소비자원 조정으로 219억 원을 끌어낸 사례이고, 메이플 키우기는 새 법으로 가는 첫 사례입니다.
다만 법이 있다는 것과 개인이 이기는 것은 다릅니다. 결국 필요한 건 기록입니다. 확률 화면을 날짜와 함께 찍어두는 습관 하나가, 나중에 문제가 됐을 때 신청서에 붙일 수 있는 전부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