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계정 영구정지 풀 수 있을까 — 법원이 로스트아크 정지를 “과도하다”고 본 이유와 안 풀린 경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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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드 이벤트가 끝나고 며칠 뒤, A씨 계정에 접속 제한 알림이 떴습니다. 게임사는 “대리게임이 의심된다”며 소명 기회를 줬고, A씨는 “직접 했다”고 답했습니다. 그리고 얼마 뒤 계정은 영구정지됐습니다. 5년 가까이 키운 최상위권 캐릭터가 한꺼번에 사라진 겁니다.

이 이야기는 수원고등법원 2024나20887 판결(법률신문 2024년 12월 보도)의 사건을 재구성한 예시입니다. 등장인물은 실존 인물이 아닙니다.

게임 계정이 영구정지되면 대부분 “게임사 마음이니 끝”이라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많은 경우가 그렇게 끝나지만, 법원이 게임사의 영구정지가 지나치다고 판단한 사례도 있습니다. 반대로 이용자가 소송까지 갔다가 진 사례도 있습니다. 둘을 가른 건 “무엇을 했느냐”만이 아니라 “그 벌이 행위에 비해 적당했느냐”와 “게임사가 무엇으로 증명했느냐”였습니다.

예시 사건의 실제 결과 — 대리게임 의심은 맞지만 영구정지는 과도

이 사건은 로스트아크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게임사는 레이드 보스를 한 달 안에 가장 먼저 깬 10개 파티를 명예의 전당에 올리는 이벤트를 열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대리게임이 의심되는 계정들을 임시로 막고 소명을 받았고, A씨 계정은 “게임 운영 방해”를 이유로 영구정지했습니다. A씨는 대리게임을 하지 않았고, 했다 하더라도 약관이나 운영정책에 영구정지 사유로 적혀 있지 않다며 소송을 냈습니다.

법원 판단은 양쪽 주장을 반씩 받아들인 모양이었습니다. 1심은 A씨가 대리게임을 했을 가능성이 높고, 그게 이벤트 진행 방해에 해당할 수 있다고 봤습니다. 그런데 곧바로 영구정지한 건 부당하다고 판단했습니다. 대리게임이 업계에서 문제가 된다는 건 알려져 있었지만, 이벤트 전 공지에 “개인 대리게임도 제재한다”는 내용이 없어 A씨가 이 정도 제재를 예상하기 어려웠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5년 가까이 키운 캐릭터 전부를 영구히 잃게 하는 건 “위반행위의 정도에 비해 과도한 조치”라고 봤습니다.

게임사가 항소했지만 2024년 12월 수원고등법원은 항소를 기각하고 A씨 일부 승소 판결을 그대로 유지했습니다. 기사에는 계정이 어느 범위까지 복구됐는지, 배상 금액이 있었는지는 나오지 않습니다. 핵심은 “잘못이 있어도 벌이 지나치면 무효가 될 수 있다”는 판단이 실제로 나왔다는 점입니다.

반대로 끝까지 안 풀린 경우 — 로그가 말해 준 것

모든 영구정지가 뒤집히는 건 아닙니다. 한 법률사무소가 공개한 사례에서는, 오래 게임을 한 이용자가 “불법 프로그램을 쓴 적이 없고 게임사의 정지는 재량을 넘은 무효 조치”라며 영구정지 취소를 청구했다가 졌습니다. 게임사는 수만 줄에 달하는 로그 기록을 분석해, 위반 행위가 일어난 시점과 방식이 사람 손으로는 우연히 나올 수 없는 패턴이라는 걸 보여줬습니다. 법원은 약관에 따른 영구정지가 정당하다며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두 사건의 차이를 놓고 보면 기준이 보입니다. 로스트아크 사건은 행위 자체(대리게임)가 공지된 제재 대상이 아니었고, 결과(캐릭터 전부 상실)가 행위에 비해 무거웠습니다. 프로그램 사건은 약관에 분명히 금지된 행위였고, 게임사가 데이터로 증명했으며, 부정행위가 게임 경제 전체를 망가뜨린다는 점이 받아들여졌습니다. 매크로, 핵, 자동사냥 프로그램처럼 약관에 명시된 행위가 로그로 확인되면 영구정지를 뒤집기는 매우 어렵다고 보는 게 맞습니다.

2019년 한 변호사 상담 사례도 같은 기준을 보여줍니다. 10년 넘게 쓴 계정이 영구정지됐고, 이후 게임사가 운영정책을 완화했는데도 소급 적용을 안 해줬고, 같은 행위를 한 다른 이용자는 제재받지 않았다는 사연이었습니다. 변호사는 약관을 제대로 알렸는지, 행위가 정말 약관 위반인지, 벌이 비례에 맞는지를 따져야 하고, 이 조건이면 계정 해제와 위자료를 다퉈볼 수 있다고 답했습니다.

구분 로스트아크 판결 (이용자 일부 승소) 프로그램 사용 사례 (게임사 승소)
정지 사유 대리게임 의심 → 게임 운영 방해 비정상 프로그램 사용·운영정책 위반
약관·공지 개인 대리게임 제재가 사전 공지에 없었음 약관에 금지 행위로 명시
증거 대리게임 가능성은 인정 수만 줄 로그로 위반 시점·방식 입증
비례성 5년 육성 캐릭터 전부 상실 = 과도 게임 생태계 보호 위해 정당
결과 영구정지 부당, 항소 기각 (2024나20887) 청구 기각

정지 사유별로 뒤집힐 가능성

위 사례들을 바탕으로 정지 사유를 나눠 보면 대략 이런 그림이 나옵니다. 판결마다 사정이 달라서 확률로 말할 수는 없지만, 어느 쪽이 다퉈볼 만한지는 구분됩니다.

가장 어려운 건 핵·매크로·자동사냥처럼 프로그램을 쓴 경우입니다. 거의 모든 게임 약관에 영구정지 사유로 적혀 있고, 게임사가 로그로 증명할 수 있습니다. 계정 거래(현금 거래)도 대부분 약관에 명시돼 있어 어렵습니다. 반면 대리게임, 버그를 우연히 이용한 경우, 채팅 신고처럼 판단에 해석이 들어가는 사유는 다퉈볼 여지가 있습니다. 특히 처음 위반인데 바로 영구정지가 나왔다면 “단계적 제재 없이 바로 최고 수위”라는 점이 비례 원칙 문제로 이어집니다.

본인이 하지 않았는데 정지된 경우, 예를 들어 계정이 해킹돼 다른 사람이 프로그램을 돌렸다면 사정이 다릅니다. 이때는 해킹 사실을 보여주는 게 먼저입니다. 접속 기록, 비밀번호 변경 알림, 경찰 신고 기록 같은 자료가 있어야 게임사도 판단을 바꿀 수 있습니다. 해킹이 의심되면 정지 알림을 받기 전이라도 바로 고객센터에 해킹 신고를 넣어 두는 게 좋습니다. 신고 시점이 정지 시점보다 앞서 있으면, 나중에 “정지당하고 나서 해킹이라고 둘러댄다”는 의심을 피할 수 있습니다.

정지 기간도 따져볼 부분입니다. 많은 게임이 처음 위반은 며칠, 두 번째는 몇 주, 그다음 영구정지처럼 단계를 두고 운영정책에 적어 둡니다. 내 계정이 처음 위반인데 단계를 건너뛰고 영구정지가 나왔다면, 운영정책에 그렇게 할 수 있다는 근거가 있는지 물어볼 수 있습니다. 로스트아크 판결에서 법원이 본 “예측 가능성”이 바로 이 지점입니다. 이용자가 미리 알 수 있었던 제재 수준을 넘었는지가 기준이 됩니다.

정지 사유 약관 명시 여부 (일반적) 다퉈볼 여지 먼저 챙길 것
핵·매크로·자동사냥 대부분 명시 낮음 실제로 안 썼다는 근거 (다른 기기 사용 기록 등)
계정 현금 거래 대부분 명시 낮음 거래가 아니었다는 정황
대리게임 게임마다 다름 중간 사전 공지에 제재 내용이 있었는지
버그 이용 게임마다 다름 중간 고의가 아니었다는 정황, 즉시 신고 여부
해킹 피해 — 높음 접속 기록, 비밀번호 변경 알림, 경찰 신고

정지됐을 때 밟는 순서

처음 할 일은 게임사의 소명 절차입니다. 예시 사건에서도 게임사는 먼저 임시 제한을 걸고 소명 기회를 줬습니다. 이 단계에서 “억울하다”만 쓰면 안 되고, 언제 어디서 접속했는지, 그 시간에 무엇을 했는지 구체적으로 적어야 합니다. 정지 사유가 무엇인지, 어떤 약관 조항을 적용했는지도 이 단계에서 물어볼 수 있습니다. 나중에 다툴 때 그 답변이 기준이 됩니다.

게임사 답변에 동의할 수 없으면 콘텐츠분쟁조정위원회에 조정을 신청할 수 있습니다. 게임·웹툰·음원 같은 콘텐츠 이용자와 사업자 사이 분쟁을 다루는 기관이고, 2023년 한 해 접수된 1만 5,177건 가운데 1만 3,335건(88%)이 게임이었을 만큼 게임 분쟁이 대부분입니다. 2024년 말 법이 바뀌어 비슷한 피해가 여러 명이면 한꺼번에 다루는 집단분쟁조정도 생겼고, 조정이 성립하면 재판상 화해와 같은 효력이 있습니다. 신청은 위원회 누리집(kcdrc.kr)에서 하고 상담 전화는 1588-2594입니다.

다만 조정은 게임사가 받아들여야 성립합니다. 2019년 상담 사례처럼 조정을 거쳤는데도 정지가 안 풀린 경우가 있습니다. 그다음이 소송인데, 비용과 시간이 들고 미성년자는 부모가 법정대리인으로 나서야 합니다. 로스트아크 사건처럼 오래 키운 계정이고 사유가 다퉈볼 만한 쪽이라면 고려할 만하지만, 프로그램 사용처럼 로그가 명확한 사유라면 실익을 먼저 따져보는 게 맞습니다.

억울한 정지를 막으려면 미리 해둘 것

계정을 지키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다툴 일을 만들지 않는 것이지만, 억울한 경우를 대비해 남겨둘 것도 있습니다. 2단계 인증을 켜 두면 해킹으로 인한 정지 가능성이 줄고, 해킹을 당했을 때도 “내가 아니다”를 보여주기 쉬워집니다. 친구에게 계정을 빌려주거나 대신 플레이를 맡기는 것도 위험합니다. 예시 사건처럼 대리게임이 문제 된 이벤트에서는 그 자체가 제재 사유가 될 수 있습니다.

이벤트나 신규 콘텐츠가 나오면 공지사항의 제재 기준을 한 번 읽어두는 게 좋습니다. 로스트아크 판결에서 게임사가 진 이유 중 하나가 “사전 공지에 없었다”였다는 건, 반대로 공지에 적혀 있으면 이용자가 다투기 어렵다는 뜻입니다. 그리고 정지 알림이 오면 화면을 바로 캡처하고, 게임사와 주고받은 문의 내용을 저장해 둡니다. 시간이 지나면 문의 기록이 사라지는 게임도 있습니다.

정리하면, 영구정지는 무조건 끝은 아니지만 대부분 끝입니다. 다퉈볼 만한 건 약관이나 공지에 분명하지 않은 사유로, 처음 위반에 바로 최고 수위의 제재가 나온 경우입니다. 그럴 때는 소명에서 구체적으로 쓰고, 콘텐츠분쟁조정위원회를 거쳐, 필요하면 소송까지 가는 순서입니다. 미성년자 결제 취소처럼 게임 돈 문제는 부모 동의 없는 게임 결제 취소 글에 따로 있습니다.

이 글은 공개된 판결 보도와 사례를 정리한 일반 정보이며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개별 사건의 결과는 약관과 증거에 따라 달라집니다.

출처: 법률신문 2024.12.21 수원고법 2024나20887 판결 보도 / 로톡 게임 계정 영구정지 상담 사례(2019) / 로톡 게임영구정지소송 사례 / 데일리안 2024.12.31 「콘텐츠산업진흥법 개정안 국회 통과」